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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게 있던 육면체가 문득 그림자에게 말을 걸었어요.


"넌 어째서 항상 납죽하게 사니?"


그러자 그림자가 다시 물었지요.


"내가 납죽하게 산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림자의 반문에 육면체는 이 친구가 그다지 머리가 좋지않다고 생각하고는 말했습니다.


"어째서 지금까지 그걸 모른거야? 항상 바닦에 붙어서 지내고 있잖아."


이번엔 그림자가 의아한 목소리로 육면체에게 말했어요.


"정말 무슨 소리하는거야. 너도 바닥에 붙어있는건 마찬가지잖아?"


그림자에게 그런 소리를 듣자 육면체는 괜히 기분이 안좋아져서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지요.


"난 놓여져 있는거지 너처럼 한없이 붙어있지 않는다구. 어떻게 너랑 나랑 같다고 생각하는거니?"


그러자 그림자가 질세라 답했답니다.


"너야말로 매번 똑같은 모습으로 있잖아. 발전도 변화도 없이!"


육면체는 이번에는 확실히 화난 말투로 그림자에게 말하기 시작했어요.


"나때문에 거기에 있는 주제에 내 모습에 불만을 말하다니!"


의외로 그림자는 폭언에도 화를 내지 않고 육면체에게 말했어요.


"내가 없는 곳에 너도 없으니 오히려 나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진 않았니?"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육면체는 그 말에 잘 반박하기가 힘들었지만 꿋꿋하게 자기주장을 했습니다.


"넌 항상 거기서만 보이잖아. 난 다른데서도 있을수 있다구!"


놀랍게도 이번에도 그림자는 담담하게 말을 했습니다.


"이 바보야. 당장 잘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면 너 또한 나없이는 너가 평평한지 불룩한지 알수 없단다."


그 차분한 목소리에 조금 머리가 식은 육면체는 이번에야말로 반박할 말이 없었고 그림자는 조용조용하게 말을 이어갔답니다.


"항상 내 가장 짙은 부분만을 보고 있었겠지만 나는 언제나 너와 등을 마주 대고있었다구."


"너와 내가 고작 바닥에서 마주댄 것이 전부인 관계인것 처럼 보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럴리가 없잖아?"


"내가 보이는 곳은 아주 어두운 부분만일 지도 모르지만 나의 모습은 너와 맞댄 그 면에서 부터 여기까지야."


"그 사이의 공간이 나의 모습이고 너와 내가 서로를 눈치 챌 수있게 해주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소중한 '공간'이라구"



-끝-






뒷담.

가끔 친구랑 이야기 하다보면 뭔가 잘 안보이는 부분이 있곤 합니다. 그때마다 그 사이를 불평해보기도 하고 휘저어 보기도 헀지만 만족스럽게 잡히는건 그 친구와 제가 아는 일부 뿐이었지요. 그래도 수년을 거쳐오는 동안 그 친구와 여전히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런걸 생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모습이 선명해 지지요. 친구와 저는 서로 기대있음에도 볼수있는건 서로의 모습 뿐이어서인지 제가 만들어냈던 육면체처럼 가끔 흉을보기도 하고 말다툼도 합니다만 결국 떨어질 수는 없었지요. 

그늘진 부분과 그림자, 어느부분이 더 어두울까요. 솔직히 이젠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잘난 친구놈도 다른 사람들이 볼떄는 눈부신듯 하지만 저는 그놈의 그 모습만큼이나 잘 안보이는 부분도 마주하게 되다보니 평생 못들어볼 것 같은 말도 해주면서 우애를 다지고 있지요.


제가 뭔소리 하고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껍데기만 볼수있다고 안이 텅텅 빈게 아닌 것처럼 그림자도 알고보면 정사영 되는 방향으로 입체적인 놈이겠지요. 그걸 알고 있는 그림자를 가진 저 육면체는 행복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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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 2012.12.17 19:51
    무언가 훈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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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르리오 2013.03.17 22:41
    잘 읽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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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음표 2013.04.11 01:25
    어쩐지 그림자에게서 쓸쓸한 감정이 느껴지네요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