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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자, 그리고 남자 이야기.

 모든게 조용하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바닥의 돌에서부터 싸늘한 한기가 올라온다.
 여검사가 살짝 몸을 감싸 안는다.
 그러자 마법사는 망토를 풀어서 덮어준다.
 따뜻하다.
 그의 체취가 조금 느껴진다.
 실험실에서 쓰일 법한 시약냄새 같기도 하고...
 여러가지 냄새가 뒤얽힌 것 같다.
 이런 냄새...
 그다지 좋은 냄새는 아니지만.
 문득 마법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듣고 싶어진다.

 "괜찮다면, 네 이야기... 조금 들을 수 있을까 ?"

 "음... 어디서부터 무엇을 얘기해야 할지...
  사실 전 지금도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남들보다 조금 다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을 뿐.
  그냥 평범한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제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들이 거리감을 두더군요.
  그리고 어느 순간 주위에는 아무런 친구도 없었어요."

 그렇게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 그.
 그가 느꼈을 외로움이란 어떤걸까?
 여검사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다.

 "그래도... 네겐 부모님이란 존재가 있었겠지.
  난 사실 고아였어. 누가 날 낳았는지도 모르는.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지낼 때는 몰랐는데,
  밖으로 나와보니 보는 눈 자체가 틀리더라.
  내가 자기들한테 뭔가 해꼬지를 한 것도 아닌데."

 "...."

 "혹시 진짜 외로움이란걸 알아?
  도저히 채워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외로움.
  외로움이 가슴을 채우다못해
  온몸이 덜덜거리고...
  마침내 홀로된 느낌....

  사람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 걸까?"

 "음......
  혼자 있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가슴안에 채우지 못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겠죠."

 "그런가?"

 "어떤 사람들은 그 무언가를 종교에서 찾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자기 수양에서 찾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냥 즐기면서 잊어버리길 반복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사랑이라고도 말하죠."

 "사랑?"

 "글쎄요... 이건 제 생각일 뿐이지만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영혼의 반려자가 있다고 생각해요.
  만나면 반드시 사랑에 빠지게 되는,
  단 하나뿐인 존재죠."

 "그런 존재가 있다면, 왜 아직까지 만나지 못한 걸까?
  내가 여자답지 않고, 예쁘지 않아서 그런가..."

 여검사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파뭍는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외모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거에요.
  특히나 사랑에 빠지는 것은 외모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요.
  당신은 단지 그 누군가를 만나지 못 했을 뿐이고요."

 "......"

 남들보다 조금 뛰어났기 때문에 당했던 따돌림.
 부모가 없기 때문에 당했던 따돌림.
 그리고 홀로됨.
 아련한 과거의 기억들.

 "그런 존재가 있다면... 지금 나타나줬으면 좋겠어."

 "지금이라면... 운명을 함께 하기에는 최적의 타이밍이겠는데요?"

 마법사의 썰렁한 농담에 허탈한 웃음을 지어본다.

 "하아... 그나저나 어떻하지?
  역시, 우리도 따라갈껄 그랬나?"

 "음... 이건 제 추측일 뿐인데요.
  아까 그 방에 갔을때 이상한 향이 멤돌고 있었어요."

 "이상한 향?"

 "네. 아까는 무슨 향인지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멘드레이크였던거 같아요."

 "멘드레이크?"

 여검사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멘드레이크는 여러가지 효과가 있지만 특이한 경우에 쓰이기도 해요.
  흑마술이요."

 "흐...흑마술이라면?"

 "글쎄요. 어떤 것인지는 저도 알수가 없네요.
  다만, 흑마술이 이루어지면 그 장소에는 부정한 영향이 나타난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어요.
  이루어진 장소가 저주받은 곳이 되거나, 악령이 모이게 된다고요."

 "그... 그럼 이 탑이 저주받았다는 거야?"

 "글쎄요... 어디까지나 제 추측일 뿐이에요.
  그리고 멘드레이크에는 환각효과도 있어요.
  환각효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치명적인 것이라고 밖에는."

 "환각효과..."

 "아, 그리고 저 글자들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요.
  처음에는 어떤 글자의 조합이나 약자를 사용한 장치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 글자들을 보다가보니 이상한 점이 보이더군요.
  일단, C, E, Q, V, X 가 보이지 않는다 것,
  I와 T와 Z가 2개씩 적혀 있다는 것이요."

 여검사가 다시 벽을 훑어본다.
 마법사의 말대로였다.

 "이게 무슨 뜻이지..."

 "없어진 글자수는 5개인데, 추가적인 글자는 3개. 총 글자수는 24개네요.
  알파벳이 아닌거죠."

 "24 개의 글자를 사용하는 문자..."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룬문자에요.
  아마도 저것들은 룬문자에 대칭되는 알파벳들을 적어놓은 것 같아요."

 "그럼 저것들 중에 이 탑을 나갈 수 있는 글자가 있다는 것일까?"

 "일단은, 희망사항이죠."

 다시 침묵이 흐른다.

 "저기 말야?"

 "네?"

 "만약에..."

 "?"

 "만약에 말야... 우리가 이 탑에서 무사히 나간 다음,
  내가 같이 떠나자고 하면 함께 떠날 생각있어?
  음... 아무래도 너처럼 이런 지식들에 해박한 능력있는 마법사는 쉽게 구할 수 없기도 하고...
  혼자 다니는 것보다는 함께 다니는게 재밌기도 하고...
  너는 체력이 약하니까 배낭 들어줄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도 같고...
  무엇보다..."

 그때 갑자기 울리는 괴성.

 -쿠그그긍!

 그동안 문을 막고 있던 돌무더기들이 무너져 내린다.
 그녀석 들이었다.
 무너진 돌무더기를 헤집고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괴물들.

 "으아~~~!!! 제길! 이젠 어쩌지?"

 여검사의 비명인지 짜증인지 알 수 없는 외침.

 "아! 혹시?"

 "응?"

 "우리가 들어올 때 봤던 부조 기억해요?"

 "그 모래성 짓는 아이들?"

 "그리고 이 탑의 이름... 하얀 모래탑. 왠지 우연치고는 너무 어울리지 않아요?"

 "모래성과... 모래탑?"

 "하지만 룬문자에는 모래성이나 모래탑과 관련된 문자는 없어요."

 "무...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야!"

 "하지만 모래성과 극성의 의미를 가진 룬문자는 있죠.
  확실하지는 않지만 한번 해보실래요?"

 "쳇! 방법이 없잖아?"

 그때 다시 한번 돌무기더기 무너져내리면서 괴물들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다급해진 마법사의 외침.

 "그 글자는 라그즈(Laguz)와 소울로(Sowulo)에요."

 "라... 라그 뭐??"

 마법사는 이미 뛰어가기 시작한다.

 "S요!"

 여검사가 S앞에 서서 마법사를 쳐다본다.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제길..."

 여검사의 모습이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한 후 마법사의 모습도 사라진다.

 


 이동되어진 곳은 밀실.
 빛이라고는 좌우에 하나씩 걸린 횃불뿐.
 누가 피워놓은 것인지...
 사방을 쳐다보지만 나가는 문은 보이지 않는다.

 "아... 끝난게 아니었나..."

 마법사의 푸념.

 "근데 아까 말한 문자가 뭐야?"

 "아... 라그즈와 소울로요?
  룬에서 물과 햇빛을 상징하는 글자에요.
  왜, 모래성은 파도에 무너지거나 햇빛에 갈라지잖아요."

 "그...그런건가..."

 "글쎄요. 그게 맞은건지 틀린건지는 모르겠네요.
  일단, 이방으로 봐서는 아직도 뭔가를 더 해결해야 하는가봐요."

 방의 중앙에는 돌로된 커다란 탁자가 있다.
 그리고 위에 조각되어진 짓다만 모래성.

 "이건... 또 어쩌라는거야."

 "역시... 모래성의 완성일까요?"

 "도...돌로된 모래성을???"

 마법사가 왼편으로 돌아가서자 모래성에 구멍이 있다.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다.

 "여기 구멍이 있는데요?"

 여검사가 다가와서 쳐다본다.

 "뭐지?"

 여검사가 반대편으로 건너간다.

 "이쪽에도 있는데?"

 여검사가 모래성을 살펴보는데 마법사가 손을 구멍에 넣는다.

 "뭐...뭐해?"

 구멍으로 손을 집어 넣은 마법사.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마..... 마력이!!!!"

 마법사가 몸을 마구 떤다.
 놀란 여검사가 마법사에게 달려간다.

 "왜.. 왜 그래?"

 그러자 마법사가 구멍에서 손을 빼며 말한다.

 "히힛. 장난~"

 여검사의 표정이 구겨진다.

 "지금 이 상황에 장난이 나오냐!"

 하지만 여검사와는 상관없이 마법사는 싱글벙글이다.

 "그 보다 이 구멍 생각보다 깊은데요? 끝이 없어요."

 다시 손을 넣어서 더듬어보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여검사도 궁금했는지 맞은편으로 가서 손을 넣어본다.
 그리고 손끝에 느껴지는 촉감.
 여검사도 느꼈는지 멈칫한다.

 "이거 그냥 앞뒤로 이어진 구멍이었나..."

 그때 마법사가 여검사의 손을 잡는다.

 "아까... 같이 떠나자고 한거...
  고마워요."

 "뭐...뭐가! 난 그냥 필요해서 이용하려한 것 뿐인데!"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그때 문득 마법사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번개처럼 스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마법사.

 "모래성을 짓던 두 소녀...
  그리고 저녁이 되어 떠나는 한 소녀..."

 마법사의 몸이 잠시 부르르 떨린다.
 여검사가 떨림을 느꼈지는지 의아하게 쳐다본다.

 "야! 너 왜그래?"

 '소녀는 자신을 두고 떠나가는 소녀가 미워졌다.'

 그제서야 탁자 밑부분에 무언가 뾰족한 창같은 것이 있음을 보게 된다.
 아마 반대편에도 있을 것이다.
 마법사는 잠시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여검사의 손을 꼬옥 잡는다.

 "무... 무슨?"

 "그 영혼의 반려자라는 거... 첫눈에 알 수 있는 걸까요?"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하는..."

 여검사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하는 마법사.
 그리고 불길한 예감이 여검사의 몸을 휘감아온다.

 "아마도 아닐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첫눈에 알 수 있다면. 아마 당신이라고 생각했을거에요.
  어쩌면 모든 것이 멘드레이크의 환각일지도 모르지만..."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번만 오는 거예요.

   몇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에요.
 
              -프란체스카,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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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한편의 글을 마치고 난 후에 찾아오는 이 개훈함이란~ ^^
무엇보다 원하는 구조, 말하고 싶은 메시지들이 대부분 담아진 것 같아서 흡족합니다.
물론 처음에 시도했던 실시간작성일기문체(??)와 대화없는 전개에는 실패했지만요.
(그래도 케릭터이름 쓰지 않기는 성공했군요.)

여러가지로 구상하고 설정하는 것들 때문에 상당히 복잡했던 글인데요. (다 쓰고 나니 왠지 허접한 듯...)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p.s 최근 게임을 소재로한 소설들이 많은데요. 별다른 의미없이 게임을 소재로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을 소재로 한 명작을 추천해봅니다. 바로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이란 책인데요.
     작품성에 비해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서 소개해보네요.
     (개인적으로는 한국판타지소설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합니다. ^^;)

p.s2 오타, 비평, 테클 남겨주세요. ^^

  • ?
    Time 2009.01.17 03:27

    다시 읽어보니(자기가 쓴걸 돼 다시 읽는지;;;) 꽤나 허접하군요....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나봅니다. 혼자 있을 때나, 혹은 여럿이 있을 때나 (저만 그런가요? 훗)

    정말 영혼의 반려자라는게 있다면, 프란체스카의 말처럼 단 한번만 오는 사랑이 있다면

    저도 늦기 전에 만나고 싶습니다... 그런 얘기가 하고 싶었어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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