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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와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어째서, 왜 그런 깃을 하냐고 물어본다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나도 이유 따위는 모르니까. 그저 시키니까 하고 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이 걷자고 말하고 있어서 걷고 있을 뿐이다.
옷깃이 스치는 소리, 자동차의 배기음, 광고판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소리,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신발과 포장된 도로가 맞부딪치며 나는 소리, 오직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괴이한 소음에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많이 있다. 시선을 어디로 향하던 보이는 것은 사람들뿐. 휴대폰을 꺼내보니 이미 저녁시간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눈앞에 펼쳐진 자동차 공장 같은 모습도 이해가 간다. 다들 퇴근하는 시간이니까. 한시라도 집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나있겠지.
나는 멈춰선 것처럼 달리고 있는 도로의 차들을 보며 비웃었다. 바보들, 나처럼 걷는다면 훨씬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버스 정류장 한편의 벤치에 앉아 담배를 꼬나물었다. 스스로의 우월함을 자랑하고 싶어서 일까. 나는 너희와 다르게 이렇게 담배한대 피우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고 유치하게 자랑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허나 그런 기분은 금세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빽빽하게 들어찬 자동차 너머로 보이는 반대편 도로, 텅 빈 것처럼 순식간에 지나쳐버리는 자동차들. 나는 눈에 박히듯이 들어오는 그 광경에 그대로 절망했다.
바보는 나였다. 나는 지금 내 눈앞에 멈춰선 자동차들을 비웃는 것이 아니라 동질감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반대편 도로를 보며 절망에 빠져야 했다. 이 사실을 깨닫자 불쾌한 기분이 온몸을 휘감았다. 저도 모르게 노성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자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여야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나란 놈은 왜 이리도 어리고 바보 같을까. 언제나 눈앞의 풍경만을 보며 자기 자신을 칭찬하며 치켜세우는데 정신이 없지, 그러다 먼 곳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추락해 버리는 거야. 언제나 그렇다. 나란 놈에게,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차라리 속편하게 계속 나 자신을 치켜세울 수 있다면, 멀리 보는 것을 거부한 채로 눈앞만을 보면서 비릿하게 웃을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때만큼은 기분 좋게 넘어갈 수 있을 텐데.
술이 한잔 먹고 싶어졌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가진 것이라고는 3개비 정도 남은 디스갑, 500원짜리 동전하나와 10원짜리 동전 두개, 그리고 기름이 반쯤 남아있는 일회용 라이터 하나뿐이다. 소주 한병 살 돈조차도 없다. 나는 그 사실에 허탈함을 느끼며 다시 담배한대를 입에 물었다.
담배연기가 쓰다. 목이 칼칼하고 연기가 눈에 들어가 눈시울이 붉어진다. 눈가에 눈물 한 방울이 맺히자 되는 게 없는 나를 탓하며 빌어먹을 눈앞의 도로를 본다. 눈가에 맺혀있는 눈물방울 때문에 도로가 뿌옇게 변해있다.
제기랄, 움직여, 이제 그만 앞으로 가란 말이다! 목울대 까지 넘어온 소리를 담배연기와 함께 집어 삼킨다. 외침이 연기와 함께 폐 속으로 스며들어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위험하다. 자신의 감각이 경고한다. 누군가, 누군가 내 말을 들어줘, 나는 결코 아니야, 좀 더 잘할 수 있어, 이대로 지지부진하게 쓰러질 인간이 아니란 말이야, 알아줘, 누군가, 누가 나를 좀 알아줘! 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그곳에는 제 갈 길 바쁜 이들만이 가득하다. 휴대폰을 꺼내 전화번호부를 뒤진다. 그리고 이 어리석은 행위는 나의 몸뚱이를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전화번호부라는 문자이외에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하얀색의 휴대폰 화면이 보였다. 손에 힘이 풀려버려 그대로 휴대폰을 떨어트렸다. 하긴, 나란 인간에게 지인이라 할 존재가 있을 리가 없다. 하하. 휴대폰을 떨어트린 손으로 눈을 덮는다. 컴컴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외려 안심이 돼서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나아가자, 앞으로 가자, 여기가 아니라 더 앞으로 가서 내가 낙오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자, 나는 더 잘할 수 있어, 저들과는 달라, 내 생각보다 나는 훨씬 더 나은 인간일거야. 그래, 그래. 가자, 앞으로 가자.




퍽 하고 귓가로 들리는 타격음, 그리고 뉘어진 시야로 검붉게 물든 담배 두 개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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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20번 교육생! 도하준비 완료!!

하고 온 쿠닌 입니다 ( --)y~

모 대감의 말에 엽편응모글을 쓰기는 했습니다만 'ㅅ'....

저도 모르겠습니다 므겡

그래도 평가 해주시는 분이 있다면 기분좋겠네요 ' ㅂ'~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p.s 마지막의 '퍽' 은 사실 '쾅' 이고 '충돌음' 이였습니다만, 나름 고증을 통해 바꾸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하고 부딪치면 쾅이 아니라 퍽입니다 퍽.'

'진짜루?'

'제가 차에만 3번 박아봤는데 분명히 퍽입니다.'

'기레?'

......라는 산증인의 발언 쿨럭 ; ㅅ;a

p.s2 쿠닌은 군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