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22 21:17

단편 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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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
 
뜨거운 태양과 칙칙한 구름이 하늘에 같이 떠있는 괴상한 날씨에
한 남자가 길을 걷고있었다.
 
그는 앞으로 걸으며 고개를 하늘로 들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혼자 걷기도 지루한데 재밌는 이야기라도 하나 해주시는건 어떻습니까?"
 
하늘에선 당연히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따뜻한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긴 외투를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중절모를 쓰고있었다.
 
"당신은 내가 생각하는 재밌는 사람은 아닌 것 같군요...
뚫어져라 쳐다본다고 답이 나오는건 아니잖습니까."
 
그가 어느정도 걷자 좁은 강이 보였고 그 위로 작은 나무다리가 보였다.
다리를 건널때까지 그는 하늘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남자는 휘파람을 불며 하늘에 대고 물었다.
 
"처음에는 그쪽에서 내려보는 시선을 거만하다고 느꼈지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안다는걸 알게되었습니다."
 
남자가 입고있는 외투는 허리에서부터 묶여 있어 크게 펄럭이지 않고
중절모는 위에서 내려쬐는 볕을 적당히 막아주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짙은 구름이 태양을 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걷는 남자의 온몸에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는 덤덤히 걸을 뿐이었다.
 
"물론 당신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고해도 난 들을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이런 무의미한 부탁이라도 듣고 응해준 존재가 있을거라 믿습니다.
간혹 내가 들을 수 있도록 이곳에 내려와 말을 건내주는 존재도 있었지만...
그건 기분이 나쁘기만 하더군요."
 
바람은 점점 거세졌다. 중절모는 바람에 날아갈 뻔했지만 그는 재빠르게 뒤를 돌아
허공에 있는 중절모를 낚아챘다.
 
"저는 얕보이는걸 싫어하거든요.
이런 더운 날씨에 펄럭이는 외투를 입고온 이유도,
처음처럼 허둥거리는 모습을 구름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죠."
 
바람이 최고조에 달하고 헐렁한 외투는 시끄럽게 펄럭거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외투를 부여잡지 않았다.
 
그는 바람에 잠시 고개를 떨구었지만 이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몇몇은 내가 여전히 같은 대처를 할거라 믿고있다는 것도 알고있습니다."
 
잠시후 남자에게 바람을 퍼붓던 구름이 바람에 흩날려 옆으로 밀리고
태양이 다시 밝은 얼굴을 드러냈다.
 
남자는 손에 쥐고있던 중절모를 다시 머리위에 얹었다.
 
"확실히 이런옷을 입고오지 않는 편이 나았겠지요.
아니면 지금 벗어 버리던가."
 
그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걸을 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볕은 더욱 강하게 내려쬐었다.
태양이 이글거리기에는 이른 시기였지만
바닥에서는 아지랑이가 징그러운 모습으로 피어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버텨냈다. 이마의 땀은 눈꺼풀 위로 흘러 눈을 따갑게했고
볼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은 목의 외투의 옷깃과 가슴팍에 닿는 셔츠를 적셨다.
남자는 온몸이 축축해지는 찝찝한 기분속에서도 볕을 이겨내려 애썼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힘이빠진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기서 조금만 더 고집을 부렸다간 정말로... 쓰러져 버릴것 같아요."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내 얼굴과 목 주변을 닦았다.
 
그는 모자를 태울듯한 볕을 맞으며 우뚝 멈춰섰다.
그의 앞에는 부자연스럽게 허공에 뜬 자신의 그림자가 비춰졌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계단을 올랐다.
옆에서 보기에는 마치 허공을 날아다니는것 같은 모습이었다.
 
"시험에 들게 한것 같았다면 죄송합니다.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면...
그건 그것대로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그리고 그는 보이지 않는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어두컴컴한 공간이 보였다.
그는 어둠속에 들어가 문의 바깥쪽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벽에 있는 세 개의 스위치를 동시에 작동시켰다.
 
구름은 작아졌고 태양은 빛을 잃어 어두워졌다.
그가 걸어온 들판은 한 순간에 문을 닫은 극장처럼 조용하고 어두워졌다.
 
그는 어두워진 큰 방의 천장에다 대고 소리쳤다.
 
"멋대로 생각하고 거만하게 내려와 우리를 위하는척 행동하지 말란 소리요 !
때론 알고 있어도 모른척 아무말도 하지 않는것이 우리와 어머니께 도움이 될 것 같소만."
 
그는 문을 닫았다.
 
"태양,구름씨? 늑대씨랑 술이나 한잔하러 갑시다."
 
"좋아요."
 
 

---

 

태블릿피씨에 pc용 무선키보드 마우스가 연결이 되네요

신기하고 너무 글을 안써서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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