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01 00:28

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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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젠가…. 스카이다이빙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한 노인이 풀이 무성한 들판에 누워 어린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하늘에서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바람 소리가 들렸어. 퍼덕퍼덕 하면서 말이지."

 

"옆에 다른 사람들도 있었나요?"

 

"그럼 있었지. 다른 사람들도 아주 많았어 셀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시끌벅적했지."

 

문이 열리고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점프하기 시작했어."

 

"할아버지는 무섭지 않았나요?"

 

"글쎄…. 무섭기보단 설레는 마음이 더 컸지. 앞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줄어들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단다."

 

"네 그러고는요?

 

"팔을 벌리고 펄쩍 뛰었지. 하늘색이라고 하기엔 연하고 하얗다고 하기엔 진한 풍경이 보였단다. 비행기에서 서 있을 때만 해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뛰고 나니 머릿속이 하얘지더구나."

 

"하늘이 아름다웠나요?"

 

"그때에는 하늘을 보면서도 별생각이 들지 않았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단다.
하하. 그렇게 슬픈 표정 짓지 말아라. 이제는 그 하늘이 아름다운걸 알고 있으니까."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안 되는 추락이었단다. 입을 벌리면 바람이 들어오고 팔다리는 어디에도 지탱되지 않았지. 그렇게 허우적거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땅과 몇몇 나무들이 보였지."

 

"풍경들이 보일 때는 어떤 생각들이 드셨나요?"

 

"그래 그제야 텅빈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들더구나."

 

"무슨 아름다운 생각을 하셨나요?"

 

"아니 스카이다이빙 수업 중에 들었던 낙하산을 펼쳐야 하는 타이밍에 대해 생각했지. 이때쯤 당기지 않으면 기절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 아주 무서웠단다."

 

"또 그런 표정을 짓는구나…. 그럴만한 게 나무가 보일 때 뜸 신기하게도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단다. 난 급하게 낙하산을 펼쳤고. 무언가에 잡아당겨 지듯 속도가 늦춰졌지."

 

"낙하산을 잡아당기고 나서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미 낙하산에 가려져서 하늘은 더는 보이지가 않았단다…. 참 아쉽지."

 

"그러게요. 그래도 나무가 있는 들판도 아름다웠죠?"

 

"음~ 나뭇잎이 다 떨어진 마른나무도 잎이 하늘거리는 나무들도 푸른 들판도 아름다웠지."

 

"그래도 아쉬워요. 하늘을 조금 더 즐기셨으면 좋았을걸."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나도 무섭더라고 하하하."

 

여자아이는 누워있는 노인의 손을 꼭 잡으며 천진난만하게 웃어 보였다. 노인은 기분이 좋은지 사람 좋게 웃는다.

 

"그리고서 점점 바닥이 가까워졌지. 먼저 착지한 사람들 모두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있었단다. 모두 넘어져 그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안전하게 착지하려고 다리에 힘을 주고 파닥거렸단다. 아주 우스운 모습이었지. 남들보다 멋있게 착지하려고 했는데 결국은 넘어지고 말았단다…."

 

"할아버지는 넘어지는 게 부끄러우셨어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 위해서 훈련을 받아야 했는데. 그곳에서 뛰어내린 사람들 모두가 훈련에서 1등이나 2등을 한 사람들이었거든. 서로서로 알지 못했지만 멋지게 뛰어내려야 한다는 경쟁심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렇구나. 넘어진 후에 어떻게 됐는데요?"

 

"넘어지고 나서…. 나도 남들처럼 하늘을 보기 위해 몸을 뒤집었지."

 

"하늘은 어땠어요?"

 

"글쎄다…. 드디어 다이빙에 성공했다는 성취감과 남들과 비교해서 뒤처지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몰려왔어.

 

그리고…. 동시에 그 두 가지 밖에 느끼지 못한 것에 대해서 속상하기도 했지. 너의 말처럼 하늘의 아름다움도, 가장 높은 위치에서 확인했던 나무의 푸름도 느끼지 못했거든."

 

노인은 이야기를 끝 마치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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