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2014.02.09 12:40

<단편쓰기대회!-5회> 천국의 문

조회 수 2389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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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공터에 모여있다.  

더워보이는 검은옷을 입은 사제부터 가벼운 레더아머에서부터 두꺼운 갑옷을 걸친 기사까지, 한껏 멋을 낸 처녀부터 인상 좋은 아주머니까지, 허허백발이 된 마법사라든가 한쪽눈에 안대를 찬 궁수에 수상해보이는 도둑놈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조합을 모았을 정도로 많은 직업의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다.  

광장에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인 이유는 어느 날 불시에 터진 신탁때문이었다. 신탁의 내용은 간단했다. 

-들어라 아랫세계의 종들이여, 우리존재들은 앞으로 한 달 후에 천국으로 향하는 문을 열 것이다.  

-그리고 단 한사람만을 천국으로 데려갈 것이다. 

-그렇다고 이 사실을 숨기려하지 말라. 

-우리는 수많은 사람이 모이면 그 무리에서 천국으로 갈 만한 적합자를 찾아서 단 한사람만을 데려갈 것이다. 

-이 사실을 널리 퍼뜨려라 아랫세계의 종들이여...  

그리고 한달이 지난 지금, 천국의 문이 열리는 약속의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런의미에서 이제 얼마 후 천국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우리 모두는 조금 더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멘." 

더워보이는 검은 옷중에서도 제일 비싸 보이는 옷을 입은 노인이 말하자, 노인을 중심으로 추임새를 붙였다. 

"천국의 적합자만을 천국으로 데려가주시는 신의 은혜를 생각하면! 정말 이 거대한 은총에 눈물을 흘리고 밤낮으로 감사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을 주목했다. 그것은 광장 내에서도 가장 비싼 옷을 입었기 때문은 아니었고, 어찌보면 이 광장에 모인 인물 중 최고의 권력자일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신과 가장 가까울지도 모르는 인물인 만큼, 말을 잘 들어보면 떡고물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여러분!! 조금만 더 신중하게 생각해 주십시오! 만약, 저희 사제들을 천국으로 보내주신다면! 조금만 양보해 주신다면! 곧 신의 은총을 여러분께 돌려드리겠습니다!"
"아멘!" 

우우우-! 반응은 격렬했다.

-쫒아내-!
-끌어내서 엉덩이를 걷어 차버려!
-에라이 노망난 노인네!
-신성모독하지마 신한테 맞아 뒈질 놈들아!  

야유와 욕설과 각종 이물질들이 사제무리들을 향해 날아갔다. 

[사일런트-]  

조용히 울려퍼지는 스펠과 함께 공터가 조용해졌다. 다들 무언가 말하기 위해 입을 뻐끔뻐끔 거리는 모습을 봐서는 자의로 말을 멈춘 것은 아닌 모양이다. 

조용해진 공터사이로 역시나 비싸보이는 새하얀 로브를 입은 백발의 노인이 나왔다. 함부로 더럽힐 수 없는, 더럽히지 않게 조심조심히 존중해 주고 싶을 정도로 새하얀 패션이었다.

"갑자기 이렇게 대광역 마법을 쓴 것을 대해는 양해 부탁드리겠소." 

사람들의 시선이 백발의 마법사에게로 집중되었다.

"사실 여러분께 양해를 구하고자 하오. 만약 내가 천국으로 가면 그곳의 모든 것을 연구해서 다시 돌아오겠소. 그러면 여러분을 모두를 천국으로 데려 갈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사람들은 냉담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미쳣냐?' 라는 시선뿐이었다. 당장의 눈 앞에 지켜지지도 못할 약속을 믿을 수는 없었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것. 어쩌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가망이 눈 앞에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확실시 하는 것이다.

"물론 믿지 못 할 것이오. 본인이 만약 그대들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하오. 하지만 본인은 현재 일곱번째 마나의 고리의 생성한 참이라오."  

그러자 '미쳣냐?' 라고 시선으로 마법사를 보던 사람들의 눈이 조금 달라졌다. 대광역 사일런트로 광장에 모든 이를 침묵 시킬 정도라면 역시 보통의 실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은 미심쩍었다.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 그런 거대한 목표로 확실히 발을 걷는 사람은 열사람이나 될지 안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자신일지도 모른다. 라는 것에 걸려있는 혜택이 너무나 큰 나머지 쉽사리 발을 뗄 수 없었다. 

"어떻소. 본인을 믿은 다면 손을 들어 주지 않겠소? 모든 백성들을 위해서 본인이…"  

푹-! 

"커…컭-!"
"아. 이런? 손을 든다는 게 모르고 손을 내밀어 버렷슈, 노인장."  

무려 7서클 대마법사의 가슴 춤으로 단검 한자루가 불쑥 튀어 나왔고, 대마법사의 즉사로 대광역 사일런트의 효과가 증발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돌발 상황으로 멍하니 입을 벌리고 대마법사의 죽음을 바라보았다.  

아… 저 새하얀 옷. 더러워지는 걸 보게 되다니……. 등등의 생각이 돌고 있는 참에 단검을 빼낸 사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내 생각을 말하자면 말이지. 신탁에서 '그 무리들중 적합자' 라고 말했으니까. 모두 다 죽이고 나 혼자만 있으면 내가 적합자 아닐까?"  

그리고 인파속으로 뛰어들어서 스테이크를 썰듯, 인파를 썰기 시작하였다. 

-크아악-!
-미친놈!! 그래도 저런 방법이!
-다 죽어라-!
[파이어 필라-]  

그것을 신호로 공터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마법사들은 마법을 썻고, 검사들은 닥치는 대로 눈앞의 상대를 베어 나갔다. 궁수들은 화살을 든 상태로… 아쉽지만 반항도 못하고 죽기가 다수였다. 힘없는 보통사람들이나 성직자들은 그저 걸어다니는 시체나 마찬가지였다.  

끝도 없이 퍼지는 살육의 소리는 어찌 보면 하나의 축제 같았다.  

지상최대의 싸움! 패자에게는 죽음을! 승자에게는 천국을!  

그리고 비명소리는 더욱 짙어져만 간다. 더욱 더, 더욱 더, 

-하아…하아…….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시체 밭이 되어버린 공터에 이곳 저곳 깨지고 피 묻고 그을리진 갑옷을 입은 기사 한명이 서있었다. 

"해낸건가… 해낸건가? 해냈다-! 천국으로 갈 수 있다! 천국의 문이여 열려라-!"  

기사는 매우 기뻐하며 소리지르고, 날뛰고, 칼을 집어던지고, 답답한 갑옷을 던져버리면서 춤을 췄다. 

-우우웅-!  

그때, 하늘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하늘이 열리더니, 하나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문이 열리자, 양 옆으로 새하얀 날개가 펴지면서 새하얀 깃털이 흩날렸다. 그 위로 문에서부터 무지갯빛 광채가 쏟아졌고, 광채와 깃털로 인해 시체 밭이었던 공터는 좀 더 성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게 되었다.  

문으로부터 하나의 그림자가 보였다. 천국의 문은 점점 공터로 가까워지고 있었기에 살짝 흐릿하게 보였지만, 대충 보면 한 쌍의 성스러운 날개와 대마법사의 새하얀 패션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하얗고 성스러워 보이는 천을 덮고 있는 한명의 사람이었다.  

즉, 천사는 입을 열었다. 

-신탁을 내렸지만, 겨우 2명밖에 없군. 

"…?"  

순간 살아남은 기사는 혼란에 빠졌다. 분명 나 혼자 살아남았는데? 그리고 그 순간. 

-푹!  

기사는 자신의 왼쪽 가슴으로 날붙이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어딘가 익숙한 검. 자신의 것이 아닌가? 기사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한 생각이었다.  

시체더미속에서 죽은 척 누워있던 가벼진 레어아머 차림의 사내가 피에 절은 몸으로 튀어나와 기사의 심장을 찌른 것이다. 

"자… 이제 날! 천국으로 보내주세요!"  

천국의 문이 이제 공터에 거의 가깝게 접근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천사의 얼굴까지도 보이기 시작했다.  

천사는 상당한 미남이었다. 그 얼굴의 특징을 말하자면 금발로 늘어진 성스러운 장발과 새하얗고 오뚝한 성스러운 콧날, 또 성스러운 금빛 눈썹과 성스러운 금빛 눈동자. 앵두 빛으로 성스럽게 탐스러루면서도 성스러운 입술, 한마디로 성스러운 얼굴이었다.  

만약 이 얼굴로 신의 은총을 찬찬히 읊어준다면, 그것은 완전 예술일 것이다. 

-넌 천국에 갈 자격은 커녕 쥐뿔도 없어 짜샤.  

완전 예술이었다. 

"뭐,뭐야? 아니, 뭐라고요?"  

레더아머의 사내는 순간 천사를 보고 당황했다. 동네 양아치같은 표정에 성스럽긴하지만 상스러운 말투라니. 

-니 꼬라지를 봐봐 짜샤. 그 꼬라지로 천국을 퍽도 가겠다.
"아, 아니 약속이 틀리잖아요! 분명 한명을 천국으로 가게 해주신다고 했잖아요!"  

천사는 피식- 하고 성스러운 웃음과 함께 상스러운 비웃음을 날렸다. 

-당신은 쉴 틈 없이 사람들을 죽였고, 그 끔찍한 업보로 천국에 가기에는 안타까운 애로사항에 걸리십니다.
"그, 그런… 그런…겁니까……."  

레더아머의 사내는 천사의 말에 좌절을 하는 동시에 조금씩 납득을 하기 시작했다. 사내의 표정은 절망 그 자체였다. 천국을 눈 앞에 두고 들어갈 수 없다. 커다란 절망이었다.

"뭐라고 반박을… 못하겟군요. 어쩔 수…"
-는 거짓 말이고, 사실 내가 보내주기 싫어 짜샤.   

순간 레더아머의 사내는 이마에 사거리 교차로를 그려졌고, 분노한 표정으로 맹렬하게 천사에게 따졌다. 

"한명을 천국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햇잖아!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거짓말쟁이야! 그러고도 천사냐-!"  

천사는 다시금 피식 웃으면서,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말했다. 

-내가 언제 약속했냐? 짜샤.
"……."  

레더아머의 사내는 할 말을 잃었다. 

-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  

천사는 레더아머의 사내를 보며 웃기 시작했다. 그 상스럽던 상판 떼기가, 이제는 그저 사악하게만 보일 뿐이었다. 실제로도 천사의 얼굴은 사악하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어리석은 인간아! 내가 한말을 그대로 믿었어? 캬캬캬캬 하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좋은 구경하고 실컷 웃었다. 크크크  

천사는 이제 천사인지 악마인지 헷갈려지게끔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일이… 네놈! 네놈은 대체 무엇이냐! 젠장!"  

레더아머를 입은 사내는 힘없이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었다. 

-나? 천사잖아 천사. 너희들이 원하던 천국의 천사. 즐거움만이 있는 천국의 천사. 참 즐겁잖아. 안 그래?  

이제 천군의 문은 서서히 닫혀가기 시작했고, 점점 공터에서 멀어졌다. 광채는 서서히 약해지며 공터는 시체밭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국의 문과 천사는 아직도 한없이 빛을 뿌리며 성스러웠다.  

망연자실이 있던 레더아머의 사내는 온몸의 힘과, 원혼과, 슬픔을 담아서 외쳤다. 

"너희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너희는 인간도 아니야-!"  

이제 천국의 문은 거의 다 닫혔고, 광채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천국의 문이 사라지기 직전, 천사의 마지막 말 한마디가 울려 퍼졌다. 

-정답이야 인간.  

그리고 천국의 문은 사라졌다.





-----


이번편은....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부끄럽네요 으흑 ㅠㅠ

  • ?
    Josh。 2014.02.10 09:29

    다른 건 차치하고 기승전결이 뚜렷한 게 마음에 듭니다.
    교훈 전달과 경고를 목적으로 하는 민담이나 설화나 동화의 구성과 가깝네요.

    오타는 .....작가님께서 스스로 한 번 다시 읽어보시는 걸로 ㅎㅎ
    '가슴 춤으로', '망연자실이'...라던가...너무 의식의 흐름대로 쓰신듯...
    하긴 저도 막상 글을 다 쓰고 나면 귀찮아서 다시 손볼 생각도 안들지만.

    전형적인 플롯이라 이래저래 평하기는 애매하고..
    문장은... 객관성을 잃은 자아를 가진 3인칭 서술자라서... 뭐... _손님님의 글에 등장하는 3인칭전지적서술자는 모두 한 분이신 것 같은 그런 느낌임다 ㅋㅋㅋ

    아마 작가님의 멘탈에서 비롯되서 그럴테지만요.


    서술자의 입으로 너무 많은 평가를 해버리면 글이 재미가 없어요... 아마도.

    잘 읽었습니다.

  • ?
    용아 2014.02.10 11:25
    생각해 볼만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살을 더 붙이고 다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읽으면서 오타가 많이 보였는데 그건 뭐 스스로 고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으니...
    마지막에 "너희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너희는 인간도 아니야-!" 이 부분이 조금 의아하네요.
    제가 이해하기엔 천사하고 대화하고 있는 장면인데 저라면 거기서 '사람' 이나 '인간' 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입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
    닭날개튀김♡ 2014.02.11 14:52
    1. 마지막 남자의 절규는 '착하지도 자비롭지도 않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게 어땠을까 싶네요. 음.

    2. 서술을 조금 더 극적으로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대마법사가 죽을 때(혹은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고 죽일 때), 그리고 천사가 '너님은 죄 많아서 안돼 꺼졍' 할 때나 천국의 문이 닫힐 때. 의 두 장면을 조금 더 극적으로 보일 수 있으면 처절함 + 안습함이 배가되어 더 멋진 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도입부에서 중반까진 굉장히 좋았어요. 사람들이 모인 배경 설명이라거나, 모인 이들의 병크 감상도 그렇고. 꽤나 적나라하지만 잘 풀어내셨다고 생각합니다.

    4. 잘 읽었습니다. 그리 부끄러워 하실 퀄러티의 글은 아니라고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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