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련은 심히 고민했다. 미필냥이 데려온 사람들, 그건 뭔가 동료'들'이라고 칭하기엔 어려운 쪽이었다.
글에는 분명 아무 것도 따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까마귀라거나 참치, 늑대(승냥), 양, 고양이 두 마리라니...
'아니, 그 전에 참치가 어떻게 물 밖에서 살 수 있는 걸까...'
미필냥의 웃음을 보자 차마 거절하기가 힘들어졌다. 거절하면 뭔가 엄청난 일이 터질 듯한, 그런 웃음이었다.
지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귀여운 동물이로군요!"
옆에서 왠 천사가 미필냥에게 말을 걸었다. 도망치기 좋은 타이밍이었다. 미필냥은 '귀여운 동물이군요!'라고 말할 때부터 이미 입을 열기 시작했었던 것이다!
"그렇죠?! 제가 이름 다 붙여줬다구요!"
활기차게 말하는 미필냥은 까마귀부터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크로군, 이 아이는 멸치, 이 아이는 승냥, 이 아이는 애리즈, 이 아이는 깜냥, 그리고 이노!"
천사가 이야기를 잘 받아주자 미필냥은 방긋 웃으면서 계속 이야기 했다. 뭔가 동물들의 특징을 말하고 있는 듯했다.
'미, 미안해요. 미필냥! 나, 나...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 도망쳐요!'
지련은 슬슬 옆으로 피했다. 옆에서 사람들이 무리 지어서 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끼여서 도망쳤다.
"후우─... 일단은... 빠져나온 걸까나..."
무리에 끼여있다가 잠시 뒤에 옆으로 다시 빠져나왔다.
'저러다가는 큰일나겠어. 글 수정해야겠어... 안 그랬다가는 정말 동물들 천국이 될지도...'
지련은 자신이 붙여놓은 글을 모두 떼서 펜으로 줄을 슥슥 긋고 괄호도 몇 개 넣었다.
「제목 : 유키노 탐험단원을 모집합니다. 작성자 : 신지련류사리아
단원을 모집합니다. 안 따져요. 그냥 오세요. 단의 이름은 유키노 탐험단. 남녀노소 안 따지고, 도둑, 천사, 마술사, 다중인격자, 외계인, 미래인, 우주인, 초능력자도 받습니다. 물론 동물이나 수인도 받고요.(당연히 ... 정말 동물들(특히 까마귀, 참치, 늑대, 양, 고양이 두 마리)을 무리 지어서 데리고 오시면 안 되는거 아시죠?)
단원이 되실 분은 3번 벤치에서 기다려주세요. 오늘만 받아요. 자세한 건 오셔서 들어보세요.」
자신이 쓴 글을 읽은 지련은 만족하는지 음─ 음─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붙였다. 돈이 없는 자의 슬픔일지도 몰랐다... 수정해야한다는 건 말이다.
"으..에... 저기...이.. 아...저, 저기요..."
옆에 서있던, 안경을 끼고 단발머리에 키는 166cm처럼 보이는 - 어떻게 이렇게 정확할 수 있을까 - 소녀가 지련에게 말을 걸었다.
"에... 네? 왜 그러시죠?"
"그, 그거 정말인가...요? 타, 탐험단..말이에요."
지련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네, 물론이죠."
소녀는 글을 잘 읽어보더니 지련을 똑바로 보고 물어왔다.
"혹시...신지련류사리아 씨인가요?"
"네... 그렇습니다만?"
뭔가 엄청난 각오 같은 걸 한 눈빛을 하면서 지련에게 말했다.
"외계인에다가 미래인에다가 초능력자에다가 다중인격자인 사람도 받아주나요?"
"네... 당연...할지도..."
그렇게 말하면서도 지련은 뭔가 심하게 걱정했다. 정말 그런 사람이 들어온다면 뭔가 무서울 듯 했다.
"가입 하시려구요?"
그러자 소녀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뺨에는 홍조가 돌았다.
"뭐 딱히 들어가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 그래도 당신이 부, 부탁한다면 생각해볼지도..."
그렇게 말하면서도 소녀의 얼굴은 가입하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지련은 속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가입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 말에 소녀는 방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3번 벤치군요..."
뒤돌아서 3번 벤치로 가버렸다. 뭔가 엄청난 사람이 들어온 듯 했지만... 늑대랑 까마귀랑 참치랑 고양이들이랑 양이랑 바로 친구가 되어버리는 사람도 있는데 그 정도야... 뭐가 안 되겠는가... 약간 걱정되긴 하지만...
"그러고보니... 어느새 가입한 사람이 셋이나 되는걸...?"
지련은 하나하나 손가락을 꼽아가면서 세었다.
'한 명은 미필냥, 한 명은 그 잘 찍는 사람, 한 명은 방금 그 여자애...'
단원을 모았으면서도 정작 이름을 아는 건 미필냥 밖에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실망한 채,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물살 갈라지듯이 갈라졌다. 지련도 사람들에 밀려서 뒤로 밀려났다.
뭣 때문에 이러나 보려고 지련은 조금씩 앞으로 파헤쳤다. 드디어 제일 앞으로 나온 지련은 앞에 있는 화려한 마차에 입을 쩍 벌렸다.
"저 사람은 누군가요?"
뭔가 엄청난 사람이라고 생각한 지련은 옆에 있는 봇짐을 들고, 허리에 검 두 자루를 차고 파란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에... 모르시나요? 실비아 여왕님이십니다."
"그렇군요... 여왕님이라... 대단하신 분인가보네요..."
지련은 뭔가 여왕님이 지나가는 길에 서있는 남자들이 모두 미중년과 미청년이 주를 이루는 걸 보고는 잠시 흠칫했다.
"... 뭔가 정말 대단하신 분인 것 같아..."
여왕님이 안 보이게 되자 사람들은 다시 비어있는 줄을 채웠다. 답답하다가 갑자기 풀리니까 편해진 지련은 벤치 쪽으로 걸어갔다. 그 벤치의 밑에는 숫자 '3'이 적혀있었다. 3번 벤치. 앉아있는 사람은 아까 그 소녀였다.
"음... 아직 아무도 안 기다리나 보네..."
지련도 벤치에 앉았다. 이제 돌아다니느라 지치는 것도 싫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그냥 놔두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앞에서 컹컹, 까악까악, 메에에에, 풍덩펄떡, 야옹야옹 같은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 미필냥...!"
뭔가 엄청난 부대를 만들어서 데리고 오고 있었다. 고양이 두 마리는 양 위에 올려져있었고, 까마귀는 미필냥의 주위를 날고 있었고, 양은 옆에서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고, 참치는 미필냥이 들고 있는 어항 안에 들어있었다.
'차, 참치가 작아졌어...'
"어머, 새로 오신 분인가보네요!"
미필냥의 말에 소녀는 갑자기 울먹였다.
"내, 내가 처음 가입한 단원이 아니였어... 아니였어... 아니였어..."
지련은 한숨을 쉬면서 그냥 포기했다. 이제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미필냥이 동물들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고, 뭔가 골치아픈 소녀가 가입했다는 걸 깨달았다.
"음? 아. 여기로군요. 시끄러워서 알아봤어요."
아까 도박장에 있던 사람이 돈가방을 들고 찾아왔다. 그러고보니 저 사람도 가입했었다.
"하아...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해가 지면 1기 단원을 받지 않을 거니까요..."
돈방석을 깔고 앉은 그는 가만히 앉아서 광장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컹컹, 깍깍, 메에메에, 풍덩펄떡, 냐옹냐아 소리는 마치 동물 연주단인 브레멘 음악대를 유키노 음악대로 맞춰놓은 듯 했고... 그런 소리들은 연주 같이 들려왔다. 그리고 장단에 맞춰서 들려오는 훌쩍거리는 소리와 미필냥의 딸기 씹는 소리.
'이건 탐험단이 아니라 악단이잖아...'
멍하니 광장을 바라보니 누군가가 가로등 뒤에 숨어서 이쪽을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지련이 그를 계속 바라보니 그가 지련이 자신을 바라본다는 걸 눈치챘는지 숨겨지지도 않을 가로등 뒤에 숨었다. 그리고 다시 힐끔보다가 지련이 자신을 계속 보고 있다는 걸 알고는 다시 숨었다.
'하아... 저 사람도 단원이 되고 싶은가보네...'
지련이 일어나 멀리 떨어지지 않은 그 가로등에 갔다. 그 남자는 잠시 당황하더니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허둥지둥 하는 사이에 지련에게 잡혀버렸다.
"단원이 되고 싶으신 거죠?"
그 말에 그는 천천히 지련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어째서 이런 사람들만...'
그래도 지련은 환영한다고 말해줬다. 그는 금세 밝은 표정으로 됐고, 조심스레 3번 벤치에 앉았다.
문뜩 지련이 하늘을 바라보자 해는 산에 거의다 숨어있었다.
'이걸로 끝인가보네... 결국...'
지련은 한숨을 쉬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더 이상 올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갑자기 아까 숨어있던 사람 말고 사람 두 명이 더 늘어있었다!
"어...엇!"
지련은 그 두 사람을 보고 잠시 놀랐다. 한 명은 마술사, 한 명은 대결 중에 지련과 같이 넘어진 사람이기도 했고 지련에게 마차에 타고 있는 사람을 가르쳐준 사람이기도 했다.
"아.... 안녕하세요."
지련이 벤치 쪽을 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모두들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단장님!"
"아...안녕...하세요..."
"까악까악."
"메에에에~"
"냐아아아앙~"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다시 인사드려요."
"반갑소이다."
뭔가 사람 목소리가 하나 더 늘어나고 늑대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지련은 그것까지 신경 쓸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