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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 서아란 이름으로 덕을 본 적은 거의 없다. 특이한 이름 덕에 다른 사람들이 쉽게 기억하거나 남자애 이름이 여자애 같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면 그나마 나은 일. 문제는 자신의 가정형편과 생김새였다.

 내가 다니는 사한 고등학교 부터 이야기하자면, 몇 년 전 대대적으로 치뤄진 공기업 민영화와 뒤바뀌어진 교육제도로 몰락을 맞이한 학교다. 학교를 지원할 돈줄이 없으면 처음부터 강력한 자금을 바탕으로 이끌어지는 사립학교가 아닌 이상 망하는 수뿐이 없는 실정은, 공교육을 주장하던 사한 고등학교를 끝끝내 민영화의 흐름 속으로 밀어 넣어 등록금이 생기게 하고 그 금액또한 비싸지게 하여 가진 자들의 재산 취득기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설마 공기업 민영화가 공립학교마저 민영화 시킬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거기다가 초등학생부터 11교시를 치러야 하는 학교의 모순된 제도. 교원 평가제라는 제도 때문에 선생들은 자신의 삶을 위해 눈치를 봐야만 했고 돈 청탁 따윈 받지도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디서 들려온 이야기로는 교원 평가제란 학생의 입시문제를 빌미로 단순하게 돈만 받아먹으려고 하던 교사들을 제거하여 이 이상 쓸데없이 나가는 돈을 없애기 위함과 자기 자식에게 교원 평가제를 빌미로 쉽게 입시시키기 위해 윗사람들이 마련한 제도라고 한다.

 어찌 되었든 이런 식의 비스무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돈 없으면 죽을 수뿐이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법도 사람이 만든 것인지라 사람에 의해서 얼마든지 바뀐다고, 돈만 있으면 뭐든 가능토록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곳에 정의 따윈 없다. 돈과 돈만이 남았을 뿐.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윗사람들이라 불리는 권력자들은 대한민국이 망해가고 수틀어 들어도 상관 않고 자신들의 국가를 그들만의 화폐제조기로 만들고 말았다.

 그 여파 때문일까? 엄마와 아빠도 돈에 환장한 그들의 표적을 벗어날 수 없게 되어 그 어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미개발국으로 돈을 벌러 가시게 되었다.  돈이 없어 세금도 아무것도 못 내던 부모님에게 남은 선택이라고는 비싼 돈을 지불하며 여권 없이 출국한다는 비정한 선택. 정식으로 출국하는 것보다 적은 값이 들어 택하셨겠지만 갈 수 있는 나라도 한정적이고 벌 수 있는 돈도 한정적인 선택이었다. 매달 자신의 통장으로 들어오는 30에서 40만 원 사이의 액수가 부모님의 선택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알 수 있는 증거.

 여기서 공과금으로 나가는 돈이 20에서 25만 원. 운이 나쁘면 남는 돈은 최소 5만 원. 그걸로 한 달을 버텨야 했다. 최근 몇 년 새에 물가가 폭등한 한국에서는 이 돈으로 한 달을 버티기란 매우 어려운 일. 그나마 엄마와 아빠가 남겨주신 전세방이 위안거리였다.

 이런 삶이 삶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나에겐 하루하루가 고통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딱 한 번,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쯤. 교과섯값을 지불하지 못하여 학교 재단장들에게 불려간 적이 있었다. 그때 만난 것이 사한 고등학교의 스폰서인 3명과 그들의 자식들. 즉, 종수 현묵 지상의 3명이었다.

 나는 그들 부모들에게 그까짓 푼돈도 없냐면서 업신여김을 당해야 했고 그것을 시작으로 그들의 자식들 3명도 자신들의 부모들과 똑같이 나를 대했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는 날마다 나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실정이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단 한 번의 부름과 문책으로 말이다.

 경찰조차 민영화. 그들의 돈줄을 쥔 것은 권력자들. 돈이 있는 최소한의 사람들에게만 지급되는 치안.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 어떤 권리도 보장도 없다.

 아니, 과연 내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따지고 보면 농가에도 얼마 없다는 개, 돼지, 소보다도 못한 가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무래도 34층이나 되는 고층 빌딩 옥상 끄트머리 위에 서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걸지도 모른다. 이곳은 근방에서도 유명한 투신 자살명소. 세상이 이렇다 보니 자살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 이상 그것을 막아서려는 사람들도 없었기에 조금 높다 싶은 건물들의 옥상은 언제나 개방되어 있었다.

"더 살아서 뭐하지?"

 나에게 생겨버린 작은 의문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들에게 얽히고설키고 차이며 당해야 하는데 더 살 이유가 있을까? 아쉬운 게 있다면 이런 나라도 먹여 살리려고 어딘지도 모를 외국에서 힘들게 돈을 벌어다 보내주시는 부모님. 하지만, 이젠 꿈도 없고 희망도 없고 환상도 없다. 나에게 이 세상은 작은 소풍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너 참 더럽게 못생겼다. 그게 얼굴이니?"

 서아라는 이름과 내 얼굴이 일으키는 갭이 나를 더욱더 깊은 절망으로 내몬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살을 결심하게 하는 두 번째 이유. 내가 인상을 찌푸릴 동안 내게 말을 건 여자는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왔다.

"성형 수술이라도 하지…. 아. 돈이 없어서 그렇구나."

 멋대로 소설을 써대는 여자. 게다가 자기가 말하고선 킥킥거리며 웃기까지 한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웃는 걸 관뒀지만….

"이유야 어쨌든 왜 지금 죽으려는 거야?"

 대답할 생각조차 나지 않게 하는 질문. 길게 한숨을 내 쉰 난 단번에 뛰어내리려 하였다. 적당히 몸에 반동을 주어 발밑의 허공으로 휙 하고…….

"허이짜――!!!"

 양 발이 허공에서 노닐었지만, 머리와 상체부터 근처 바닥에 내쳐지고 말았다.

"진짜 뛰어내리려고 하다니……."

 괴상한 소릴 내며 투신하려던 날 끌어낸 여자는 그렇게 말했다. 내가 다시 투신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허공과 멀찌감치 떨어진 옥상 한가운데로 나를 끌어오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왜 지금 죽으려는 거야?"

 시선을 외면하고 허공을 응시하자 그 여자는 내 얼굴을 붙잡고는 억지로 나와 시선을 마주치게 했다.

"지금 같은 시대에 죽으려 하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라구."

 왜 바보 같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죽지 못하고 사는 지금 자체가 바보가 아닐까 싶은데 말이다.

"인간의 배다른 꿈이 이루어진 지금 이 시대에서 죽으려 하지 마. 너, NCS 써봤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아……. 그 정도로 합리적인 가격인데도 이 나이에 안 하는 사람이 있다니 컬쳐 쇼크야."

 대체 이것의 어디가 문화적 충격인진 모르겠지만 나는 내 얼굴을 붙잡던 여자의 양손을 떼어 놓으며 말했다.

"방해하지 마세요."

"……야. 보통 한번 실패하면 금방 풀이 죽어서 시도도 못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자긴 죽지도 못하네~ 하늘도 무심하시지…, 같은 소릴 하면서 말야."

"무슨 소린진 모르겠지만 날 방해하지 마세요."

 그 여자는 길게 한숨을 내더니 내 양 어깨를 붙잡았다.

"어차피 죽을 거 좀 더 즐기다 가는 건 어때?"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녀는 자신의 미간을 한번 꼬집더니 눈가에 힘을 주었다.

"너, NCS도 안 써 봤다는 건 SF 온라인도 안 해봤다는 소리잖아. 너 그거라도 해보는 건 어때?"

 SF 온라인…. Secret Fantasm 이란 판타지 가상현실 게임을 말하는 것이었다.

"손해 볼 건 없잖아. 어차피 죽을 거 그 게임 한번 해보고선 죽어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도 일리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더니 활짝 웃어 보인 여자는 날 지상까지 안내해주었다. "넌 이 시대에 태어난 것 자체가 축복받은 거야." 같은 소릴 해대면서 말이다.

"역시 안 되겠어요."

"왜, 또 무슨 문젠데?"

 지상으로 내려온 서아의 대답에 그녀는 빈정거리며 이유를 캐물었다.

"돈이 정말 안 돼요. 그, 단말기란 걸 사더라도 사용료랑 그동안 먹고 버텨낼 식비를 감당할 수 없어요."

 서아의 말에 자신의 마빡을 때리는 그녀. 이내 길거리 한복판을 몇 번 돌아다니더니 서아의 앞에 다시 섰다.

"그럼. 단말기 가격이랑 사용금액만 해결되면 할 수 있다는 거지?"

"네…."

 마지못해 대답한 서아에게 그녀는 싱긋 웃으며 어딘가로 달려나갔다.

"돈 걱정은 하지 마~!"

 라는 외침을 남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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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LLEN SOUL 2008.11.14 00:58
    도....돈걱정은 하지말라니!!! 그돈좀 나도 주....[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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