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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니 엄지손톱을 이로 물어뜯고 있었다.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안 좋은 버릇은 역시 쉽사리 고쳐지진 않는다.

칼리룩스를 만나러 가야한다. 만나서 물어봐야 한다. 진짜로 칼리룩스가 한 일인지 묻겠다. 아니, 그것보다.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 묻겠다.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자상한, 누구보다도 평화를 원하는 그녀가,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크게 한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어디서부터 엇나간 걸까. 어디선가 슬프고도,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진다. 나는 그 선율을 따라, 자그마한 마력등燈만이 조용하고 따듯하게 비추고 있는 복도와 계단을 따라, 오르간의 선율이 흘러나오는 성의 최하층의 홀에 도착했다. 필시 그녀가 내고 있는 소리이리라. 새어나오는 어둠이 그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홀의 안쪽을 바라보았다. 칼리룩스는 그녀가 즐겨 입는 칠흑의 드레스를 입고 홀의 가장 안쪽의 파이프 오르간 앞에 앉아 그 밤하늘처럼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웅장하고도, 아름답고도, 슬픈 선율을 연주하며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잠시 넋이 나간 듯 바라보다가 그녀에게 걸어가 말을 걸었다.

“칼리룩스.”

칼리룩스의 연주는 끊이지 않았다. 연주에 집중한 나머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 듯 했다. 나는 그녀에게 좀 더 다가가 좀 더 큰 소리로 다시 말을 걸었다.

“칼리룩스.”

칼리룩스는 그제야 내 목소리를 들은 듯 깜짝 놀라서는 연주를 멈추고 내가 있는 쪽을 돌아보고서는 상냥하게 웃으며 나를 맞이했지만 눈가에 남아있는 눈물 자국이 보였다. 또 운 건가. 눈물도 참 많군. 아니, 지금은 그게 아니지.

“키릴? 무슨 일이야? 오늘은 좀 피곤한데……. 급한 일이야?”

“급한 일이냐고요?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지금? 도대체 제가 나가있는 사이에 뭘 한 겁니까?”

“감정 에너지를 모았어. 인간의 정신을 통합시키려면 대량의 감정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에너지는 인간이 가진 하와의 힘이니 그것 만이라면 내 마력으로 충분하지만 괴수가 가진 -에너지인 아담의 힘은 추출할 수 없는 힘이니까 직접 모은 거야. 그뿐이야.”

내가 물은 것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텐데. 그녀는 의도적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당신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목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지금까지 계획을 진행하면서 최대한 사람의 목숨을 해치지 않도록 노력한 게 아닙니까. 계획에 필요한 감정 에너지는 지금도 충분히 순조롭게 모이고 있습니다! 근데 왜 그딴 짓을 한 겁니까! 왜!”

“…… 상황이 바뀌었을 뿐이야. 지금은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고 지금은 계획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장치를 가동할 감정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이거 정도면…… 답이 됐을까?”

칼리룩스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를 악물고 그렇게 말했다. 이해할 수 없다.

“전혀 대답이 되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바뀌었다는 건 뭔 소리입니까? 빨리 해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뭡니까? 우리는 당신의 힘으로 불로를 얻었습니다. 그건 당신 또한 마찬가지, 우리에게 시간은 많단 말입니다!”

“……없어.”

그녀는 뭐라 자그마하게 말한 듯 했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그녀가 괴로운 선택을 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걱정되었다. 나의 소중한 친구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까, 이미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입을 뗐다.

“칼리룩스. 이 계획 포기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칼리룩스는 매우 놀란 듯 했다. 아니 내 말을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는 게 옳을까.

“너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키릴.”

“더 이상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이 계획 자체의 의미가 없습니다. 이 계획의 목적이 뭡니까. ‘인류의 정신적 통합을 통한 평화 구축’, 아닙니까?”

그래, 이 이상의 목숨이 희생된다면. 평화를 누릴 사람이 없다면, 이 계획은 의미를 상실한다. 그녀도 그것을 알 터이다.

“그럼 이 계획을 그만둔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일들은 어떻게 되는 건데.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은 용서받을 수 있는 걸까. 아무리 사람의 목숨을 해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한들, 우리는 많은 사람을 다치게 했고, 도시를 파괴했고, 인간을 공격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직접 죽은 것은 아니더라도 그 영향으로 죽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그만둔다면 우리의 행동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루어주지 못한 우리를 용서할 사람이 있을까. 과연 사람들을 도우며 우리가 속죄한다고 한들 받아들여 줄까. 기만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하지만, 하지만, 이 이상 진행한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칼리룩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여기서 포기한다면 우리 손에 죽은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죽은 이유는 뭔데. 뭐냐고!”

칼리룩스는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리고 흔들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칼리룩스……. 이 이상 진행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더 늘어날지도 모릅니다. 당신도 소중한 사람이 죽는 고통을 잘 알지 않습니까? 여기서 그만둡시다. 수십 년 지기 친구로서 하는 말입니다. 여기서 그만두고 속죄합시다, 칼리룩스. 그들이 받아들여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 받아들여주지 않겠죠. 하지만, 이 이상은…….”

“시끄러, 키릴.”

처음 들었다. 칼리룩스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근래 수십 년 동안 칼리룩스는 그렇게 거칠게 이를 악물고, 거친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칼리룩스, 계속하겠다면 힘으로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친구로서 당신을 막겠습니다!”

나는 활을 칼리룩스에게 겨눴다.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어둠이, 나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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